대서양 14일 표류… 열대폭풍 필리프, 동아시아는 비껴갔다
열대폭풍 필리프는 2023년 9월 23일 카보베르데 인근 대서양 중동부 해역에서 발생해 10월 6일까지 약 14일간 유지된 장수 열대저기압으로 기록됐다. 이 폭풍은 북서태평양이나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태풍은 아니며, 한국·중국·일본·필리핀 등 동아시아 연안 지역에는 직접적인 상륙 피해를 남기지 않았다. 필리프는 최대 지속풍속 50노트(시속 약 95㎞), 최저 중심기압 998hPa까지 발달한 열대폭풍으로 북대서양 해역에서 활동했다. 공식 관측 자료는 필리프가 서진 과정에서 카리브해 리워드 제도 인근으로 접근한 뒤 북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비열대 저기압계에 흡수되는 경로를 기록했다.
발생 해역부터 달랐다… 대서양 열대폭풍 필리프의 탄생과 북서태평양 태풍과 무엇이 다른가
필리프는 2023년 9월 20일 아프리카 서쪽 해안에서 이동한 열대파에서 시작됐다. 이후 카보베르데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 열대파는 대류 활동을 점차 조직화했고, 9월 23일 06시 세계표준시 기준 열대저압부로 발달했다. 같은 날 12시간 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 계를 열대폭풍 필리프로 지정했다.
발생 초기 필리프는 북쪽에 위치한 아열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다. 해수면 온도가 높고 중층 수분이 유지되는 환경에서 대류 활동이 강화되면서 세력이 증가했고, 9월 25일 06시 세계표준시 기준 첫 번째 최대 강도에 도달했다. 당시 필리프의 위치는 북위 17.1도, 서경 43.8도 부근이었으며 최대 지속풍속은 50노트, 중심기압은 998hPa였다.
필리프의 발생 과정은 한국 기상청이 감시하는 북서태평양 태풍 발생 구조와 뚜렷이 구분된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주로 필리핀 동쪽 해상, 남중국해, 일본 남쪽 해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의 영향을 받으며, 북태평양 고기압과 계절풍 배치가 주요 이동 요인이 된다. 반면 필리프는 북대서양 열대 해역에서 성장해 동아시아 태풍 감시 범위와 다른 경로를 걸었다.
필리프는 발생 이후 강한 허리케인급 태풍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9월 25일 이후 서풍 계열 연직 바람 시어가 강해지면서 저층 중심과 강한 대류 영역이 분리됐고, 폭풍 구조는 점차 비대칭 형태로 변했다. 9월 26일 필리프의 최대 지속풍속은 45노트로 감소했으며 이후 며칠 동안 약화와 유지가 반복됐다.
한국 기상청은 북서태평양 태풍 정보를 중심으로 국내 영향 가능성을 분석하지만, 필리프는 발생 해역과 이동 경로상 한반도 및 주변 해역에 영향을 주는 태풍 사례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한국 내 방재 경보 체계에도 직접적인 위험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느린 이동·불규칙한 경로… 14일간 이어진 필리프의 생애 기록
필리프는 일반적인 열대폭풍보다 느리고 복잡한 이동 경로를 나타냈다.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폭풍은 서쪽과 북서쪽 이동을 반복했고, 한동안 거의 정체된 상태를 유지했다. 주변 중층 기압 배치 변화와 열대폭풍 구조 변화가 겹치면서 이동 방향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9월 말 필리프는 중심 주변의 대류가 약화된 상태에서도 열대폭풍 강도를 유지했다.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최대 지속풍속은 약 40노트 수준이었으며, 강풍 반경은 넓어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후 9월 30일부터 다시 세력이 조금 회복되면서 최대 지속풍속 45노트로 관측됐다.
10월 1일 필리프는 다시 최대 지속풍속 50노트까지 강화됐다. 당시 폭풍은 북동쪽 카리브해 방향으로 이동했고, 따뜻한 해수면과 제한적인 대류 활동이 유지되면서 열대폭풍 상태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조는 대형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정도로 조직화되지 못했다.
필리프의 이동 과정은 북서태평양 태풍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한국·일본·중국·필리핀 주변 태풍은 대체로 편서풍, 북태평양 고기압, 몬순 기압골 등의 영향을 받아 동아시아 방향으로 이동하지만, 필리프는 북대서양 중층 흐름 변화에 따라 서진 후 북상하는 경로를 그렸다.
필리프는 10월 초 리워드 제도에 접근하면서 강한 비를 동반했다. 특히 10월 2일에는 바부다섬에 상륙하며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고, 이후 리워드 제도 여러 섬에 집중호우와 강풍을 발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약 340만 달러 규모의 경제 피해가 발생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필리프의 영향으로 인한 피해 보고가 없었다. 필리핀 역시 이름은 같지만 북서태평양 태풍 경로와 무관한 북대서양 열대폭풍이었으며, 필리핀 방재 기관이 대응하는 서태평양 태풍 사례와 구분된다.
카리브해 접근 후 소멸까지… 필리프가 남긴 강수 피해와 최종 관측 기록
10월 3일 필리프는 리워드 제도 인근에서 열대폭풍 상태를 유지하며 강수 영향을 확대했다. 이후 북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카리브해 주변을 벗어났고, 버뮤다 인근 해역을 향해 이동했다.
10월 4일부터 필리프는 점차 열대 구조를 잃기 시작했다. 최대 지속풍속은 40노트 수준으로 감소했고 중심기압은 1004hPa까지 상승했다. 폭풍은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온대 저기압 전환 과정에 들어갔다.
10월 5일 필리프는 북위 23.5도, 서경 66.1도 부근에서 관측됐으며 여전히 열대폭풍 강도를 유지했다. 다음 날인 10월 6일 06시 세계표준시 기준 최종 관측 위치는 북위 28.7도, 서경 65.5도 부근이었다.
필리프는 최종 관측 이후 더 큰 비열대 저기압계와 결합하며 소멸했다. 전체 생애 14일 동안 최대 지속풍속 50노트(시속 약 95㎞), 최저 중심기압 998hPa를 기록했으며, 주요 영향 지역은 리워드 제도와 버뮤다 주변 해역으로 남았다.
필리프는 최대 지속풍속 50노트(시속 약 95㎞), 최저 중심기압 998hPa를 기록한 열대폭풍으로, 10월 6일 06시 세계표준시 기준 북위 28.7도, 서경 65.5도에서 최종 관측된 뒤 비열대 저기압계에 흡수되며 생애를 마쳤다. 동아시아 연안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